1월 5일 (금)

2023 회고

Posted by Yan on January 5, 2024

2023년 회고

2023년은 예상치 못한 일들로 가득 한 해였다.

UAT가 끝나고 인가가 나기만을 기다리던 라인 뱅크 프로젝트가 끝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2023년도 무탈하게 판교에서 보내게 될 줄 알았던 일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다음 프로젝트로 저축은행에 가게 될 줄 몰랐고,
출퇴근에 매일 3시간을 쏟게 되며,
그 다음 프로젝트에서 엄청난 야근과 주말출근을 하게 될 지 알지 못했다.
나에게 2023년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해보라고 주어진 한 해 같았다.

첫 번째 SI 프로젝트에서의 시간들 (~2023/04/30)

평소 이런 말을 잘 하지 않지만, 올해 많은 시간을 지나오면서 더 하게 된 생각이 있다.
내 첫 프로젝트가 라인뱅크 재팬이었던 건, 엄청난 복이었다.

jira, wiki 등으로 업무를 관리하고, sonarqube로 코드 품질 관리도 하였으며,
slack으로 소통도 원활하게 일어났다. mockito로 테스트 코드도 짜볼 수 있었으며,
MR을 올릴 때 마다, 테스트 코드를 실행시키는 action 이 있어서, 위험성에 대해 한번씩 더 체크하는 환경이었다.

일정 관리나, 업무 방식이 합리적인 편이라 신규 개발이 있으면 그에 합당한 시간이 추가로 주어졌다.
(이때까진 원래 이렇게 프로젝트가 흘러가는게 당연한 줄 알았다.)
충분한 논의 끝에 설계서를 작성한 뒤, 그에 맞춰 개발과 테스트 일정을 잡아서 체계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라인의 깃랩을 이따금씩 보곤 했는데, 코드리뷰가 활발한 곳이었고, 개발문화가 좋아보였다.
나도 때때로 코드에 대한 리뷰를 받거나 담당자와 소통할 때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우리 팀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일상이 더할나위없이 행복했다.
팀 내에서 교육도 몇 차례 하고, 평소에도 아침 시간에 시간을 내어 1시간씩 업무에 대해 가르쳐주시고,
각자 main 파트와 sub파트를 하나씩 맡아 서로의 main과 sub를 병행하여 알아갈 수 있었다.
업무를 한 지 얼마 안 된 내게도 많은 기회를 주셨고, 팀장님이 진심으로 주니어들의 성장을 도와주셨다.
실수 해도 괜찮아,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는 것에서 안전하고 보호받는 생활을 했던 것 같다.

우리 팀에서 좋은 어른들을 많이 만난 프로젝트였다.
또래 친구들도 참 많이 만나고, 활기차고 재밌게 생활을 한 시간들이었다. 집에서도 가까워서 출퇴근도 편하고, 첫 프로젝트는 참 안온한 18개월이었다.

두 번째 SI 프로젝트에서의 시간들 (2023/06)

힘들다고 익히 들었던, ok저축은행 프로젝트에 가게 되었다.
한 3주간 짧게 일손의 역할이 되는 결함 지원 업무였고,
처음 보는 업무환경의, 처음 보는 업무에서, 처음 보는 기능의 결함을 수정하자니 혼란 그 자체였다.
출퇴근 시간도 왕복 3시간으로 늘어나 혼란, 혼돈, 우울이 한번에 밀려오는 순간들이었다.

앞으로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매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살 수 있을까? 1차적으로 고민이 생기던 시기였다.

세 번째 SI 프로젝트에서의 시간들 (2023/07 ~ 2023/11)

프로젝트에 배치 받을 때, 자원해서 캐피탈에 가게 되었다.
예전과 같은 대출팀에 배치받았지만, 막상 가보니 완전히 다른 업무를 했지만 말이다.

개발기간이 끝났지만, 테스트 하지 않은 상태로 틀만 갖춰진 코드들이 있었고,
신규 요건이 테스트 기간에도 몇 달 간 계속해서 추가 되었다.
매일 결함이 쏟아지는 와중에, 결함을 당일에 처리해야한다는 프로젝트 내 원칙 속에서
우리 팀은 매일 야근하고, 심하면 새벽 1,2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했다.

나와 동료들을 힘들게 하는 것에 대해 생각 해 보았다.
지나치게 타이트한 일정, 문서화되지 않은 채 구두로 주어지는 요건, 소통없는 탑다운 문화 등등이 우리를 힘들게 하였다.
가장 힘든 것은 비효율적인 개발 환경이었다.
이곳저곳 흩뿌려진 비효율이 우리를 오버타임으로 밀어넣었다.
SI가 원래 이런거라고는 하지만,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 것인가?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모두가 이 시스템에 적응해서 사는데 이 프로젝트를 하며 나는 무력감을 느끼는 날들을 보냈다.
매일 몇 시간안에 처리를 해야하니, 시간이 없어서 임시방편뿐인 처리를 하고, 내 스스로 최악이라고 느끼는 일이 많아졌다.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앞으로 일하며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네 번째 SI 프로젝트에서의 시간들 (2023/12 ~ 2024/01)

이번에도 짧게 2~3주 정도 일손이 되는 업무인데,
리액트로 화면을 몇 개 그리고 있다.
2.5년 전에 리액트로 토이프로젝트를 했던게, 또 이렇게 쓰일 줄 몰랐다.

깊이 고민한 것은 결국 내 안에 남는다.
밭을 주기적으로 갈아두면 언젠가 씨앗을 심을 수 있다.
지금 막상 쓸모가 없다고 느끼는 것들도
배워두면 다 쓸모가 있어지나보다.

새해에는 ‘뭐 이런걸 다’라는 마음을 누르고
‘다 쓸모가 있다’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